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'배움에는 나이가 없다'라는 말은 그저 헛된 희망고문일 뿐...

김또깍 2021. 2. 21. 22:28

모니카 벨루치

 

배움에는 나이가 없다. 언뜻 보면 감동적이고 또 맞는 말임. 근데 저 말은 '배우고자 하는 의지'에는 나이가 없다는 거지 배움 자체에는 나이가 절대요소임.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명백히 생물학적으로 가장 좋은 나이가 있고 또 일정 나이가 지나면 임신이 극도로 어려워지거나 아예 불가능해지듯, 배움에도 임신과 같이 '적기'와 '나이의 상한선'이 존재함. 

 

나는 평범한 집 옆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, 고등학교 2학년 이후로 의무였던 학교 공부에 극심한 염증을 느껴 당시 의무였던 야간자율학습을 빼고 학교 공부 외의 다른 공부나 자격증 준비를 여러 개 해봄. 중국어 학원을 다닌 것이 그 중 하나였는데, 기초회화랑 HSK 3급 수업을 두 개 받아봄. 회화 수업에는 제일 어린 나부터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학생이 골고루 있었는데, 머리카락의 명도가 참 다양했음. 반은 놀 생각으로 중국어 학원을 다녔던 나와는 달리 그곳에 있던 성인들은 모두 중국어를 열심히 공부함ㅋㅋㅋㅋ

 

근데 나이라는 게 배움에 있어서 참 잔인하더라. 나이가 어린 사람들은 귀가 예민하고 또 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서 처음 해보는 어려운 중국어 발음도 나름 쉽게 따라함. 기억력도 좋고 배운 것을 활용도 잘 함. 아마 10세 이하의 경우에는 더 더 더 빠를 것임. 엄마들이 조기교육에 목 매는 거 비난하지 마셈 진짜 어릴 때에는 귀로 한 번 듣고 입으로 한 번 뱉으면 거의 완벽하게 숙지함. 언어라는 학문이 유독 나이가 중요한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나이와 수업 내용을 흡수하는 능력은 소름돋을 정도로 비례했음. 20대(후반)는 나름 잘 따라오긴 하는데 그렇게 빠른 건 아니고, 30대는 20대에 못 미치고, 40대부터는 아 이 분은 오래 배워도 중국어 잘 하긴 힘들겠구나, 하는 게 딱 느껴짐. 60대 할아버지 학우분은 바로 앞에 앉으셨는데도 귀가 침침하신지 원어민 선생님의 크고 또랑또랑한 발음도 잘 못 알아들으셨고 그냥 따라하기만 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었음. 그 분이 중국어를 배우는 이유가 재미를 위해서인지 직업적인 부분을 위해서인지 알 수 없었지만 후자라고 생각하면 참 안쓰러움. 아마 그 분은 중국어를 1 년 동안 공부한다 해도 한 달을 배운 10대보다 더딜 것임 ㅜ 

 

배우고자 하는 의지 자체에는 나이가 있을 리 없음. 하지만 25세 전후로 노화가 시작되는 우리의 신체는 배움에 적합한 나이가 애초에 정해져 있음.

 

배움에는 나이가 깡패다.